LCD, PDP, LED, OLED 등등 발광 메카니즘은 모두 달라도 그 내부에 투명전극(TCO:Transparent Conducting Oxide)이 있다면 거기에는 대부분 ITO가 들어가 있을 테니까요. 투명하면서도 전기를 잘 통해서 전극으로 사용 가능한 물질. 그래서 디스플레이에서는 박막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ITO는 주원료인 인듐(Indium)의 희소성과 비싼 가격 때문에 다른 대체물질을 찾기위한 연구가 수십년전 부터 지속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그정도 성능을 보이는 녀석이 없는 관계로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투명도가 높은걸 찾으면 전기전도성이 떨어지고, 전기전도성이 괜찮으면 투명도가 떨어지고, 어떤건 강도가 떨어지고, 온도에 취약하고 등등... 그러다 보니 별수없이 ITO를 계속 쓰고있는 실정이죠. 물론 산업적으로는 이미 안정화 되어 잘 쓰고 있는 녀석을 굳이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뭐.. 말하려는건 이런 ITO의 신세한탄 같은게 아니고;; 말하려던 전기전도 이야기로 들어가 보도록 하죠. -_ -
무슨 초등학교 과학 시간같은 이야기 같습니다만... 재료에 전기가 잘 통하는걸 전기전도성이 좋다고 표현합니다. 재료에 전기가 통한다는 것의 의미는 재료 내부에서 전하(charge)가 이동한다는 뜻인데, 여기서 전하를 운반하는 전하운반체인 캐리어(carrier)는 '전자'가 될수도 있고, '이온'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금속결합을 하고있는 금속의 경우 자유전자들이 캐리어가 됩니다. 금속원자에 속한 전자들은 원자들 내부를 헤엄치듯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자유전자로 존재하면서 금속에 전기장이 가해지거나 하여 전위차가 생기면 (+)극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죠. 그런데 세라믹은 다릅니다. 세라믹들은 이온결합을 하고있기 때문에 금속결합에서 볼수있는 자유전자들이 없습니다. 그래서 세라믹에서는 '이온전도'라는 특성을 가지고 자유전자가 아닌 아니라 이온들이 이동합니다. 예를 들어 음이온이 하나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면(음이온 공공), 그 빈자리에 옆에 있는 음이온이 이동해서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빈자리의 위치가 바뀌고, 다시 그 옆의 음이온이 빈자리로 들어오고 하는것이 반복되죠. 이런 식으로 고체내 전하를 가진 이온들과 빈자리들이 서로 자리바꿈식 이동하여 전기전도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건 고체내 원자들의 이동이나 전위(dislocation)의 이동방법과 거의 동일하며, 반도체에서 말하는 정공(hole)의 움직임과도 비슷합니다.
금속에서의 전하이동.
자유전자가 원자사이를 막 헤엄쳐 다님
세라믹에서는 만약 이온 빈자리인 공공(vacancy)이 하나 생기면..
그 옆의 이온이 빈자리를 채우면서 이동하고,
또 빈자리로 이동하고...
또 이동하고...
또 이동한다...
이런식으로 이온전도가 가능... 하다고는 하지만..
말이 이렇지 몇몇 재료 빼고는 이런일 거의 안일어남 -_ -
그러나 세라믹에서 이온들이 이동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런 현상으로 전기가 통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습니다. 전기전도도는 전하를 가진 입자의 수, 즉 캐리어의 농도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쉽게 이동 가능한가도 중요하거든요. 아무리 캐리어가 많다고 해도 그것들이 이동할 수 없다면 전기전도도는 0 이 되어버립니다. 세라믹에서 음이온의 빈자리(공공)가 그렇게 쉽게, 그리고 많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빈자리가 있다 하더라도 결합력이 높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세라믹내에서 쉽게 이동이 가능한것도 아닙니다. 또한, 보통의 빈자리들은 주위 원자나 이온들의 압력에 의해 찌그러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충분한 공간과 이동시에 필요한 에너지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옆에 빈자리가 있다고 해서 이온이 이동하는 일이 없습니다. 때문에, 세라믹은 기본적으로 전하의 이동이 어려워서 전기전도성을 가지지 못하게 되고 대부분 부도체로 나타납니다. (직류 기준입니다. 교류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지죠. 또한 고체의 전기전도 특성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에너지밴드를 끌어와야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거 생략합시다.. ㅠ0ㅠ )
이렇게 빈자리가 멀쩡히 있어주면 좋은데
보통은 옆 원자들이 빈자리를 약간 치고 들어옴.
그래서 어지간히 높은 에너지가 없으면 이동이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일반적인 세라믹 재료들에서 온도가 올라가면 전기전도성이 좋아지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세라믹 재료는 온도가 높아질 수록 내부 빈자리(공공)의 수가 증가하게 되고, 이온들 간의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전하의 이동이 쉬워집니다. 그래서 저항이 감소하죠. 그런데 금속은 반대의 성질을 가집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저항이 증가합니다. 금속도 높은 온도에서 내부 빈자리의 증가와 원자들간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세라믹과 마찬가지지만, 금속에서는 좀 다른 현상이 나타납니다. 온도가 증가하면서 금속원자들은 열 에너지를 받아 격자진동(열진동)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러한 원자의 진동은 이동하는 자유전자와 충돌하여 이동을 방해하고 산란시키기 때문에 전자의 이동도를 감소시킵니다. 그 결과, 저항이 증가하게 되는거죠.
이렇듯 기본적으로 부도체 성질들을 가진 세라믹이지만 여기에도 예외적인 것들이 존재합니다. 세라믹인데도 불구하고 전기가 꽤나 잘 통하는 물질들이 있는거죠. 그래서 저항이 낮은것들은 전극으로, 좀 높은것들은 저항체로 응용됩니다. 저항이 충분히 낮고 광학적으로 투명한 것들은 투명전극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ITO가 전기전도성을 가지는 이유를 봅시다. 그리고 비록 재료에 따라 세밀한 부분은 모두 다르지만, 이것은 ITO뿐 아니라 전기전도성을 나타내는 대부분의 세라믹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참고로 알고 시작합시다. ITO는 인듐옥사이드(In2O3)에 주석(Tin,Sn)을 산화물인 SnO2의 형태로 첨가한 물질입니다. In2O3는 이미 전극으로 사용되던 물질입니다. 이런 In2O3가 전기전도성을 가지는 것은 산소결함 또는 산소결손 이라고도 부르는 산소공공에 의합니다.
자, 생각해 봅시다. 이온결합에서 음이온인 산소(O)는 -2가의 전하를 갖고 있습니다. 양이온인 인듐(In)은 +3가죠. 그래서 인듐(In) 2개와 산소(O) 3개가 만나서 전기적 중성을 이룹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든 산소가 있어야 할 자리에 산소가 없는, 다시말해 산소가 하나 빠진 결함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이 자리를 산소공공 이라 부릅니다). 재료내에 -2가인 산소가 하나 없게되면 상대적으로 이 재료는 +2의 전하값을 가지게 되죠. 그런데 재료는 전기적 중성을 맞춰줘야 합니다. 이렇게 산소가 하나 없어서 전기적으로 +2가 되어버린 재료를 중성으로 맞추려면? -1의 전하를 가진 전자가 2개 있어주면 되겠죠. 그래서 재료 내 어딘가에 전자 2개가 존재하게 됩니다. 즉, 산소공공 1개는 2개의 자유전자를 발생시키고, 이 전자들이 전하운반체인 캐리어(carrier)가 되어 전기전도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러므로 산소공공이 증가하면 자유전자가 증가하므로 전기전도도 역시 증가하게 됩니다.
산소 빈자리(공공)가 1개 발생하면, 덕분에 전자 2개 발생
그런데 산소공공을 마구 증가시키면 자유전자를 생성시켜 전기전도도를 마구 올릴 수 있는가 하면, 그게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공공은 엄밀히 말하면 재료의 '결함' 입니다. 일종의 불순물 같은거죠. 공공들은 오히려 전자의 이동경로를 방해하고 산란시켜 전자의 이동도를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전기전도도가 감소하겠죠. 공공으로 인해 전자를 많이 만들었지만 대신 전자의 이동은 어려워진다 - 이것이 산소공공을 무작정 늘릴 수가 없는 이유입니다. 뿐만 아니라 산소의 부족은 투명도까지 감소시킵니다. 투명전극이 불투명하게 변하면 투명전극이라 불러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_ -
하지만 연구자들은 배가 고픕니다. 전기전도를 더더욱 증가시키고 싶은거죠. 그래서 In2O3에 전기전도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다른 물질을 첨가합니다. 여기에 최적으로 뽑힌것이 Sn 이고, 이것을 SnO2형태로 In2O3에 첨가하게 됩니다. 그러면 Sn은 치환형 고용체로 작용하여 In 자리에 대신 들어가게 됩니다. 아시듯이 In은 +3가 이고 Sn은 +4가 입니다. Sn이 In 자리에 들어가게 되면 전자 1개가 남게되는데, 이렇게 Sn 1개당 자유전자 1개가 또 생성됩니다. 전자가 늘어나니 전기전도도가 또 증가합니다. 이것은 N-type 반도체에서의 전도 효과와 똑같기 때문에 쉽게 이해 될겁니다. 우리가 아는 ITO(Indium Tin Oxide)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습니다.
In2O3에 Sn 도핑. In자리에 Sn이 들어가고 덕분에 전자 1개 생성
Si에 P나 As를 넣은것과 같은 N-type 반도체 효과
그럼 여기서도 Sn의 양을 마구 늘리면 전기전도도가 마구 늘어나느냐. 누구나 예상하듯이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Sn의 양을 서서히 증가시켜 봅시다. 그러면 방금 말씀드린 방법대로 자유전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전기 전도도가 증가하겠죠. 그런데 전자가 계속 증가하게 되면 여태까지 못보던 현상이 나타납니다. 전자가 지속적으로 많아지게 되면 재료 내부에서는 이들을 그냥 전자로 놔두기 보다는 어디서인가 산소를 받아들여서 -2가로 만들고 공공을 다시 채우며 안정화 시키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재료는 스스로 더 안정하게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뿐이니까요. 이로인해 존재하던 산소공공의 수가 감소하는 시점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산소공공의 감소는 비록 전자 2개를 잃어버리는 셈이지만, 동시에 전자의 산란도 감소시켜서 전자의 이동도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까지는 Sn의 양이 증가하면서 전기전도도가 같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다가 멈추게 되죠.
이제 Sn의 양을 어느 한도이상 넣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산소공공이 더욱 감소하게 될겁니다. 이렇게 되면 전자이동도는 증가할지 몰라도 전자수가 너무 줄어 전기전도도가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Sn을 더 쳐-_-넣으면 양이온공공이 증가하기도 합니다. Sn 첨가에 의해 전자의 양을 늘려놓으면 늘어난 전자의 양을 보상하기 위해 산소공공을 없애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냥 양이온을 빼버려(양이온 공공 생성) 중성을 맞춰버리는거죠. 다시 말해서, Sn 3개를 넣어 자유전자 3개를 만들려고 했는데, 이놈이 전자 3개를 만드는 대신 양이온인 In+3 하나가 없어져 버립니다. 씨발-_ - 그럼 전자는 늘어나지 않으니까 전기전도가 증가할 일은 없죠. 이때 생성된 양이온공공 역시 결함으로 작용하여 전자의 이동도를 감소시킵니다. 그래서 전기전도도는 쪽쭉 감소합니다.
이 지랄-_-같은게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과량의 Sn은 내부에서 서로 모이면서 In4Sn3O12, Sn3O4 ,또는 Sn2Ox 등의 화합물을 형성하게 됩니다. ITO 내에서 생성되는 이들 안정한 화합물은 많은 전자들을 잡고있기 때문에 자유전자의 수를 감소시킵니다. 그리고 결정립내나 입계에 석출되기 때문에 이동하는 자유전자와 충돌하여 전자산란의 요인이 되죠. 그렇게 전기전도도는 또 쭉쭉 감소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ITO내에서 최적의 전기전도를 보이는 적당한 Sn의 양은 약 5~10% 정도로 알려져 있고, 상용화되어 사용되는 ITO 타겟의 상당수는 8~10%에 맞춰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ITO의 전기전도도는 적당한 Sn의 양, 적당한 산소공공의 양에 달려있습니다. 실제로 ITO 박막을 스퍼터링으로 만들 경우에, ITO 타겟이 스퍼터링 되면서 산소가 일부 빠져나가 손실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타겟의 상태보다 산소공공이 증가한 상태의 ITO 박막이 만들어 지게 되는거죠. 그렇게 만들어진 박막은 저항이 약간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막기위해 스퍼터링시 일부러 소량의 산소를 넣어 반응성스퍼터링을 시키는 것으로 부족한 산소를 채워주곤 합니다.
- 개날연 블로그 펌 자료 입니다